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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연예

이니셰린의 밴시 결말 해석 뜻 ott

by 아윌리치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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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셰린의 밴시 결말 해석 뜻 ott

제목 : 이니셰린의 밴시(The Banshees of Inisherin)

장르 : 코미디, 드라마

연출 : 마틴 맥도나

출연 :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배급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상영시간 : 114분

상영등급 : 15세 관람가

개봉 : 2023년 3월 15일



'이니셰린의 밴시'는 이니셰린 섬에 사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영화가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니셰린의 밴시'(감독 마틴 맥도나)는 외딴섬마을 이니셰린에서 벌어진 두 남자의 절교 사건을 다룬다. 고즈넉한 마을 둘도 없는 절친이었던 파우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단 글리슨),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예고 없이 콜름은 파우릭과의 절교를 선언한다.


느닷없는 절교 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파우릭은 콜름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의 뒤를 쫓아다닌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절친이 자신과의 관계를 버리려는 이유를 납득하기 위해 그만의 최선을 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름은 파우릭이 "그냥 싫어졌다"고 말한다.

사실 그의 말이 맞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꼭 어떠한 일이 있어야만 절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계에 있어서 대립, 그로 인한 고독을 모르고 살았던 순수한 파우릭은 자신이 납득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오히려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한 과정들은 오히려 콜름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며 결국 콜름은 관계를 끊어내기 위한 최후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다.



1920년대 아일랜드 내전이 한창이던 시기, 외딴섬마을에서 일어난 두 남자의 절교 사건은 마치 내전과도 비슷한 양상을 띈다. 영국의 지배하에 아일랜드 자치를 인정받는다는 내용의 영국-아일랜드 조약을 지지하는 세력, 그리고 완전한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반대하는 세력 사이의 충돌이 일어났던 아일랜드 내전은 마치 파우릭과 콜름의 관계처럼 서로를 향한 이해를 부정하고 같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대립을 만들어냈던 역사였다.

그리고 그 결과마저 파우릭과 콜름이 도달한 결말과 닮아 있다. 조용했던 마을을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두 남자의 절교 사건, 그리고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의 궤멸과 서로를 향한 테러로 끝난 아일랜드 내전은 둘 다 별다른 전환점 없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죽음만을 만들어낸 참으로 허무한 대립이다. 이는 제목에도 언급되어 있는 '밴시'라는 존재, 죽음을 예고하며 울음소리를 내는 죽음의 요정과도 의미가 이어진다.



작품 속에는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사에서 자주 오간다. 멍청하지만 다정한 사람이었던 파우릭, 하지만 그것은 다 역사 속에 잊힐 뿐이라며 역사에 남는 음악과 예술만을 찬양하는 콜름의 사이에서 어쩌면 내전이 아닌 2023년 현재까지도 역사를 위해 개인의 다정함과 서로를 이해하는 태도를 잊어버리는 사람들의 군상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니셰린의 밴시'가 중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해서 무거운 분위기만을 가지고 가는 작품은 아니다. 전작 '쓰리 빌보드'에서 작품 내내 이어지는 무거운 분위기를 블랙코미디 장르로 승화시켰던 마틴 맥도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같은 패턴의 연출 구성을 시도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NPC들 같은 등장인물들을 등장시키며 비극을 희극으로 희석시키는 대사들을 통해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은, 실소 섞인 웃음을 유발한다.




콜름의 일방적인 결별 선언 후로부터 작중 시간이 꽤 지난 뒤에야 밝혀지는 진짜 이유는 영화의 주제 의식을 상징하고 있다. 콜름은 삶의 여전함과 무의미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인물이다. 노인인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그는 생의 남은 시간 동안 후대에 남길 수 있는 족적과 같은 자신의 음악을 반드시 완성해야만 한다고 여겼다.

그런 콜름에게 매사 여유롭고 사람들과 웃고 떠들기 바쁘며, 인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만을 늘어놓고 즐거워하기 일쑤였던 파우릭은 단호하게 끊어내야만 했던 존재다. 두 사람은 술 동무로서 생각과 대화가 잘 통했을지는 몰라도, 그들 각자의 타고난 성정과 삶의 지향점은 정반대의 대척점에 위치해 있었던 인물들이다.

‘따뜻한 관계 속의 다정함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 아니냐’고 말하는 파우릭을 콜름은 ‘다정함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며 받아친다. 한 세기를 대표하는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위대한 음악 혹은 예술 작품은 모두가 길이길이 기억하고 간직하지만 다정함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며 교훈한다.

예술의 가치와 다정한 관계의 지속. 단어만 얼핏 봤을 때는 둘의 공존이 충분히 가능해 보이기도 하지만, 인생은 수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의 궤적, 관계, 추구 가치, 방향과 지향, 시공간, 그리고 죽음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존재이기에 어느 때는 그 공존이 말처럼 쉽지 않을지도.

아일랜드 내전이 끝날 기미 없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작중 상황 속, 평화롭고 고요한 외딴섬에도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는 드리운다. 정적을 깨는 폭발음과 수없는 죽음이 섬마을을 둘러싸고, 어쩌면 이제는 무의미할지도 모르는 참혹한 전쟁은 개인의 일상을 헤집어 놓는다. 이러한 점에서 내전 그리고 파우릭과 콜름 간의 다툼은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전쟁에는 상실, 죽음, 단절, 그리고 고립이 만연하다. 관계에도, 인생에도 마찬가지로 그것들이 만연하다. 단절과 고립이 불러오는 생의 허무를 극복하기 위해 한 사람은 순수함과 다정함을 무기로 관계를 꾀하고 다른 이는 위대한 업적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만, 끝을 모르는 파괴적인 대립은 그 모든 시도를 폐허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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